2022. 3. 24. 05:05ㆍ미국 조지아 당일 - 하이킹
2022년 새해 겨울 - 블러드 마운틴 방문일지
1월 15일 | Blood Mountain via Byron Reece Trail, 4마일 | |||||
1월 22일 | Blood Mountain and Freeman Loop Trail (from Mountain Crossings), 8마일 | |||||
2월 6일 | Blood Mountain (from Mountain Crossings), 4.5마일 | |||||
2월 26일 | Blood Mountain via Slaughter Creek Trail (from Jarrard Gap Trail) 8.9마일 |
처음 블러드 마운틴을 간 날, 일기예보를 보고 산 정상 즈음에서는 눈을 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야심 찬 기대를 하고 길을 나섰다. 중턱부터 녹지 않은 눈의 흔적을 발견하고는 반가웠는데, 정상에 가까워지면서 눈이 폴 폴 내리기 시작했고, 정상에서는 함박눈이 펑펑 내려서 시야를 가릴 정도가 되었다. 눈길에 행여 미끄러질까 무서워서 급히 쫓기듯이 내려왔다. 다 내려와서야, 그 진귀한 lively snow scene을 즐기지 못한 아쉬움이 후회로 남았다. 다시 올라가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돌아오는 길에 내 마음은 온통 블러드 마운틴의 눈꽃송이가 차지하고 있어서, 기분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이리하여, 이때 맺힌 한을 풀기 위해 계속 기회를 엿보았고, 두번째로 방문한 때에는 내게 잊을 수 없는 설경을 안겨주었다. 그 기억은 이후에도 다시금 블러드 마운틴을 찾게 했다.
첫 방문 후 그다음 주 토요일은 기회의 날이었다. 눈폭풍이 지나간 지 얼마 안 되었고, 영하의 추운 날씨가 이어졌기 때문에, 아직 녹지 않은 눈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바람은 점차 강한 확신으로 나를 이끌었다. 블러드 마운틴으로 향하는 19번 도로의 정상 부근, Mountain Crossings에 다다르자마자 맑던 하늘빛이 점차 어두워지고, 차가운 습기를 머금은 듯한 음지로 변하였다. 차바퀴에 얼음조각들이 밟히고, 차 위로 눈조각이 우수수 떨어졌다. 그리고, 온통 하얀 눈이 덮인 설경이 펼쳐졌다.
US-19N 도로를 돌아 돌아서, 도로 꼭대기 (3038 feet 높이) 에서 만나게 되는 Mountain Crossings 상점
설경을 잠시 즐기기 위해, Mountain Crossings를 지나서 갓길에 잠시 주차 했다.
Blood Mountain 정상으로 이어지는 트레일 중에 그나마 짧고 덜 힘든 코스가 Byron Reece에서 가는 루트인 것 같다.
19번 도로 북쪽 방향으로, Mountain Crossings를 지나쳐서 1마일 정도 남짓 내려가면, 왼편에 Byron Reece Trail로 연결되는 샛길이 나온다. 주차장이 꽤 넓지만, 금세 만차가 되므로, 대안으로 Mountain Crossings에 주차하는 것도 괜찮다. Byron Reece는 creek을 끼고 가파르게 올라가야 하는 반면, Mountain Crossings에서 출발한다면 산 둘레를 구비 구비 돌아서 간다. 비교적 한적해서 좋다.
정오가 다 된 시간에, Byron Reece Trail 주차장에는 빈 공간 이 없었기 때문에, 다시 Mountain Crossings로 돌아와서 주차하고, 혹시 길을 잃을까 offline map을 어렵게 다운로드한 후에 트레일로 들어섰다. 이날의 루트는, Mountain Crossings에서 출발해서 Blood Mountain 정상을 지나쳐서 뒷길로 내려오다가, Freeman Trail을 통해서 돌아오는, 8마일을 걷는 계획이었다.
올라가는 길마다 소복이 쌓인 얼음처럼 단단해진 눈을 밟고, 하얗게 뒤덮인 숲을 지나갔다. 동화 속으로 들어온 것 같았다.
거의 하산해서, 두 번 더 길을 잃었다. 가시덤불 속에서 5분을 헤매다가 track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나의 필수 아이템 offline map이 나의 off-route 상태를 알람으로 알려준 덕에 멀리 벗어나기 전에 길을 다시 찾을 수 있었다. 역시 Map은 내게 필수다. 저녁 5시가 다되어서 산을 빠져나왔다. 어느때보다 눈이 호강해서 즐겁고, 오늘의 행운에 기분 좋은 하루였다.
*Alltrails Map의 Pro 멤버십에 가입하면, offline map을 다운로드할 수 있고, 내가 실제로 걷는 길도 기록할 수 있다.
주말이 되기 전, 이번 주에는 어디를 가면 좋을지 행복한 고민을 하는데, 항상 결정이 쉽지 않다. 가보지 않은 곳의 정보를 찾아보면서 머리속으로 그려본 후에, 운전 거리, 트레일 길이, 난이도, 그 날의 날씨 등도 반영해서 방문할 트레일을 결정 하기 때문이다.
나는 편도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이내의 운전시간이면 좋겠고, 7~8 마일 정도의 적당한 트레일 길이, 중급 이상의 난이도, 그리고 계절과 날씨에 맞는지 등, 트레일 특성과 나의 선호도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서 결정하다 보니, 정말 고민이 깊다.
그래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블러드 마운틴을 접근할 수 있는 모든 루트의 트레일을 가보기로 했다. 네 번째 방문한 때는 Lake Winfield Scott에서 출발해서 Slaughter Creek을 따라 올라갔다가, Appalachian Trail을 따라서 Jarrard Gap을 지나 돌아오는 Loop이었다.
이쪽에서 출발하는 사람들은 훨씬 적은 듯했다. 마주치는 사람이 드물게 있었고, 대부분의 시간은 혼자 남겨진 느낌이었다. 초입부터 곰을 조심하라는 경고문을 여러 번 보았고, 사람은 드물다 보니 초입 부분에서는 '다시 내려가는게 좋을까'하는 유혹에 내적 갈등을 겪었다. 몸도 무거운 것 같고, 트레일도 너무 긴 것 같고, 핑계를 찾으면서 천천히 발을 떼었다. 1마일여 정도 걷다보니, 어느새 몸도 가벼워지고 혼자만의 적막함도 고요한 평안으로 찾아왔다. 트레일 대부분은 완만한 경사로 걷기 편안하고, creek도 수시로 나오고, 캠프 사이트도 많고, 지루하지 않은 좋은 길이었다. 사람이 적어서 혼자만의 감상에 집중할 수 있어서 더 좋기도 했다.
이제, Vogel State Park에서 출발하는 루트만 가보면, 당일로 다녀올 수 있는 블러드 마운틴 정상으로 가는 트레일은 다 가보는 것 같다.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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